(결말 스포일 없음)
감독: 세바스티안 렐리오, 2022년 제작
주연: 플로렌스 퓨, 톰 버크, 킬라로드 케시디
1862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기적같은 이야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다.
진실을 보려하고 자신의 소신을 행동으로 실천하고자하는 사람은 늘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선물한다.
1. 줄거리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를 먹고 있다며 4개월째 금식을 하는 12세 소녀는 근대 과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19세기에 기적(원더)인지, 아니면 사기인지 세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사, 교구의 신부 등 지역의 유지들로 구성된 지역조사위원회는 2주간의 이른바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 기적이라는 이 스토리의 완성을 이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 소환되는 사람은 수녀와 간호사이다. 크림전쟁에 참여한 적도 있는, 경력 있는 간호사인 립 라이트가 잉글랜드에서 아일랜드로 초빙된다.
(※크림전쟁(1853년 10월~1856년 2월) 러시아제국이 크림반도에서 오스만제국, 동맹국인 대영제국, 프랑스 제2제국 사르데나 왕국등과 벌인 전쟁. 겨울에 얼지않는 부동항을 얻기 위해 유럽진출을 꾀하던 러시아의 선전포고로 시작된다.
부상자의 절반이 죽던 병원에서 사망률을 5% 이내로 낮춘, 영국군 병원의 책임자였던 나이팅게일은 이 전쟁 경험을 토대로 간호학과 의료개혁의 토대를 만든다. 크림전쟁에 참여했던 간호사 립이 자부심 강한 간호사로 등장하는 배경이 되어준다.)
수녀가 신앙의 대표자라면 간호사는 과학의 상징적 존재로 병치된다.
전문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가진 간호사 립 라이트는 소녀 에나를 세밀하게 관찰한다, 입안을 검사하고 신체적 상황을 매일 진단하고 기록한다.
생명이 어떻게 먹지 않고 살아갈 수있는가? 과학을 배운 간호사 립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소녀 에나가 외부로부터 음식물을 섭취할 것이라고 의심한다.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과 아침 저녁으로 두 차례 함께 기도하면서 엄마로부터 입맞춤을 받는 에나를 관찰한 간호사 립은 부모와의 격리를 실행한다.
그 시점부터 에나는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점차 쇠약해져간다. 마침내 누워 지내는 지경까지 이른다.
립은 이 사건은 속임수이며, 조치를 빨리 취하지 않으면 아이는 죽게 될 것이라고 지역조사위원회에게 알린다. 의사를 비롯한 모든 위원들은 달가워하지 않으며 립의 말을 무시한다. 이들은 신앙의 기적을 통한 각자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싶다.
에나의 엄마 역시 “지상의 삶은 짧고 천국의 삶이 영원하다”며 립의 말을 듣지 않는다.
에나 역시 고통받으면서도 금식을 그만두지 않는다.
왜 어린 열두 살의 소녀 에나 조차 본인이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금식을 그만두지 않는걸까?
립은 이 순진한 소녀의 금식에 숨겨져 있는 비밀 이야기 그리고 어른들의 무지하고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거짓된 신앙에 눈멀지 않고 과학과 돌봄의 눈으로 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용기있는 여성, 간호사 립의 이야기이다. …
2. 관전 포인트
1) 신앙과 과학의 대립의 역사
서양의 역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독교이다. 종교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기적과 객관적 사실의 인과관계를 원칙으로 하는 과학과의 대립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기적 현상이 권력의 이해관계 속에서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 <더 원더> 역시 이러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두 명의 2주간 관찰자로서 신앙의 상징인 ‘수녀’와 과학의 상징으로 여성 ‘간호사’를 나란히 병치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2) 근대사회의 전문직 여성, 간호사
근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여성은 참정권 등의 권리를 획득하며, 전문직 직업 세계로 들어선다. 그중에 간호사는 여성이 택할 수 있는 중요한 직업이었다. 크림전쟁의 부상병 치료와 간호를 통해 큰 업적을 낸 나이팅게일의 간호를 통해 간호사는 그 전문성을 인정받는 여정에 들어섰다.
주인공 립 역시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의료지식과 간호를 통해, 소녀의 금식이 거짓임을 알아챈다.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3) 배우의 섬세한 연기
주연 배우인 플로렌스 퓨는 신혼시절 어린 아기를 잃은 절절한 슬픔을 간직한 엄마, 남편과 헤어진 가슴 아픈 여성,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자존감 있는 당당한 간호사, 타인의 가슴아픈 이야기에 공감하는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을 눈빛과 얼굴표정으로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