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는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 주인공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치밀하게 계획하여 성인이 된 후 복수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나는 1부 8회 분량의 드라마를 중도에 도저히 그칠 수 없어 밤늦게까지 하루 만에 다 봐버리고 말았다. 복수의 서막이 서서히 올라가는 시점에서 드라마는 1부가 끝나고 올해 3월에 2부가 방영될 예정이다.
극본의 탄탄한 구성 및 ‘학교폭력’이라는 의미 있는 주제, 주인공의 절절한 대사와 나래이션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스릴러 복수극이 아니라 인생 드라마, 사회문제 제기 드라마로서의 깊은 아우라를 보여준다.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은 송혜교를 비롯, 임지은, 염혜란 등 출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역시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송혜교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극본을 쓴 김은숙 작가의 깊은 내공은 드라마의 제목에서 이미 드러난다. 영광, 자존감, 명예라는 뜻의 ‘더 글로리(The Glory)’는 피해자인 주인공이 되찾아야 할 인간으로서 필수 존재 요건을 말한다.
자아정체감을 형성하고 성장해가야 할 빛나는 학창시절에 학교폭력이 횡행하는 학교현실이 암울하다.
우리나라의 학교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통계(2018년)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이 10명 중 3명 꼴로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학교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 학교폭력자치심의위원회의 심의 건수가 연간 약 3만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학교폭력실태조사(교육부, 2020)를 보면, 가해 이유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없이(28.1%)’,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17.5%), 오해와 갈등으로(13.9%)로 나타난다. 매년 조사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무섭고 안타깝지 않은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분노와 슬픔이 가슴속에 가득 차오른다.
나는 세 가지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도대체 부모들이 어떻게 키우면 저런 인성을 가진 아이들이 될까. 어떻게 타인의 고통을 즐기고 극도의 이기심을 가진 아이들이 되었을까.
드라마에서도 보여주듯이, 가해자 아이들의 부모 역시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고 짓밟는 사람들이다. 부모가 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면 연진이나 재준이 같은 아이들은 사실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학교폭력의 역사와 사회현실을 주목해 보면, 학교폭력 문제를 개인적인 인성이나 가정교육의 문제만으로 한정하여 생각할 수는 없다. 학교문화가 사회의 문화를 모방하기 때문이다.
급격히 심해지는 빈부격차, 돈과 권력에 기반한 계급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에서 학교 문화 역시 동일한 모습을 반영하게 된다. 같은 가해자 패거리 친구 사이조차 계급 서열이 존재한다. 부잣집 아이들인 연진과 재준, 사라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명오와 혜정을 하인처럼 취급하고 무시하듯이 말이다.
학교폭력이 단지 ‘학교폭력심의위원회’나 학교장의 역할 나아가서 법률적 조치 등를 통해서 나아질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도 교사로 대변되는 학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방관자 내지 방조자 역할을 할 뿐이다.
물론 학교와 교사의 역할, 법률적인 대응 방안의 개혁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방안은 되지 못한다. 교육과 의료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교육이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경쟁과 출세를 위한 시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로 가고 있는지, 우리는 그 방향성을 끊임없이 짚어봐야 한다.
셋째, 드라마에서 주인공 문동은이 보건교사와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앞선 피해자인 죽은 윤소희에 대해 문동은이 말한다. “윤소희가 당하고 있을 때, 저는 방관자였어요. 그러다 제가 그 다음 피해자가 되었어요. 이제 방관하지 않으려고요”
김은숙 작가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하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의 현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방관자들이 있다.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가 노력해야 할 중요한 점은 교사, 학생들이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피해자의 영혼을, 결국에는 가해자의 영혼도 망가트리는 무서운 학교폭력을 없애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글로리’를 추구할 권리가 있고 실현하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드라마가 ‘학교폭력’의 무서움과 교육의 본질, 그리고 개혁 방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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