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셋째 주에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서 맨발 걷기를 했다.
퇴직자의 즐거움 중 하나는 비성수기, 주중에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저렴한 가격의 숙박비와 여행지의 한적한 정취를 맛볼 수 있다.
고성에 위치한 [르네블루바이워커힐]은 바다 전망이 뛰어난, 아주 마음에 드는 호텔이다. 4성급호텔이나 비성수기, 주중에는 저렴한 패키지 상품이 나온다.
이 호텔은 일단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유리 전면 통창에 가득 찬 푸른색 바다가 보는 이의 가슴을 쿵 울리게 한다.
고성의 바다 물빛은 특별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하늘 빛, 푸른 빛 물결이 파스텔 톤으로 빛나 사람의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이 호텔과 고성의 맑고 푸른 바다는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해 뜨기 직전의 어슴푸레한 새벽, 눈이 저절로 떠지고 우리 부부는 바닷가로 내려갔다.
하늘빛, 파란 빛, 분홍빛, 붉은 빛, 보랏빛이 층층히 쌓인, 하늘과 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맞이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가 될 때, 사람은 순수한 즐거움과 힘을 얻는다.
바닷물이 밀려오는 바닷가 모래 위를 맨발로 걸었다.
맨발의 발바닥에 와 닿는 젖은 모래의 청량한 촉감, 끊임없이 밀려와 발에 부딪히는 파도 물결이 신선하다.
사람이 추구하는 진, 선, 미 세 가지의 가치 요인은 보통 이 순서대로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 셋 중에 ‘미’ 즉 아름다움을 첫 번째로 두고 싶다.
욕구위계설로 유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 Maslow)가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 중 어느 것을 우위에
둘 것인가로 고민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매슬로우는 결국 심미적 욕구를 우위에 두었고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예술의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사람은 감동받고, 치유되며, 속세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사람은 여행을 떠나지 않는가?
고성의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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