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하는 나를 매혹시키는 책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이며 동물학자인 콘라드 로렌츠가 쓴 <솔로몬왕의 반지>라는 책이다.
제목이 왜 <솔로몬왕의 반지>일까.
마치 추리소설 같지 않은가. 흥미로운 제목이다.
전설에 따르면 지혜의 왕, 솔로몬은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마법반지를 가지고 있었다. 반지를 끼고 있던 어느 날 아침, 왕은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들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어젯밤 몰래 왕궁 담을 넘어 왕의 후궁인 연인을 만나 밀회를 즐긴 어떤 젊은이의 이야기였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후궁이었기에, 너무 화가 나서 솔로몬왕은 반지를 빼어 창밖으로 던져버렸고 다시는 그 반지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동물학자인 로렌츠 자신은 마법반지가 없어도 동물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는 치밀한 관찰과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까마귀, 오리, 늑대, 개 등 여러 동물들을 다루고 있다. 로렌츠는 여러 종류의 개를 키우고 관찰하면서 개가 보여주는 놀라운 애정과 강한 유대감을 경험한다. 본인도 얼어붙은 호수의 깨진 빙판 아래로 빠진 개를 구하기 위해 얼음물에 빠지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개의 충직성과 애정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 감정, 말하자면 내면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더 강하고 진실하다고 로렌츠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이 개를 사랑하는 것보다 개가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사자나 호랑이가 위협한다면 로렌츠의 생명을 몇 초라도 보호하기 위해, 개는 한순간도 주저 없이 그 승산 없는 싸움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오호라. 나의 개, 벨이여.
네가 설사 나를 호랑이에게서 지켜주지 못한다 해도 나는 네 눈에서 빛나는 너의 애정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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