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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반지> 2. - 늑대와 비둘기의 평화 -

by bellemom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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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조상인 늑대(출처: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동물행동학자인 콘라드 로렌츠의 책을 읽으면서 뼛속까지 와닿는 생각이 있다.

동물의 현재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늑대는 사납고 음흉한 동물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빨간모자 소녀를 잡아먹으려고 가짜 할머니 행세를 하던 늑대 동화가 생각나지 않는가.

그러나 로렌츠에 따르면, 놀랍게도 반전의 사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온순하게 보이는 비둘기들을 새장에 넣어 두어, 쌍방이 싸우게 되는 경우, 매우 불행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즉 강한 쪽이 약한 쪽을 죽을 때까지 부리로 쪼아 대는 것이다. 깃털이 다 빠지고 피투성이가 되어도 공격은 멈출 줄 모른다.

 

개의 조상격인 늑대는 어떨까. 격렬하게 싸우다가 약한 놈은 항복을 하고, 굴복의 표시로 급소인 경동맥이 지나가는 목덜미를 강자의 입 아래 둔다. 강자는 격한 흥분을 참지 못하고 으르렁대지만 목덜미를 물지는 않는다. 결국 목덜미를 누르던 앞발을 슬며시 들어, 약자가 도망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반전이!

비둘기는 잔인하고 늑대는 너무나 젠틀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동물을 의인화해서 보는 관점일 뿐이다.

 

비둘기는 날개가 있기에, 싸움이 일어나면 약한 쪽이 휙 날아 가버리면 그만이다. 비둘기들은 공격무기도 그다지 날카롭지 않은 부리 밖에 없다. 그러니 수 만년을 살아오는 동안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굳이 공격욕구 억제라는 메카니즘(기제)을 발달시켜올 필요가 없었다.

비둘기들을 도망칠 수 없는 새장에 가두었을때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다.

 

날카로운 송곳니, 억센 발톱과 같은 공격무기를 가진 늑대의 경우는 어떨까. 이들이 싸우게 되면 반드시 한쪽은 큰 타격을 받거나 죽게 된다. 개체 수도 적은 늑대들이 만일 공격욕구 억제 메카니즘을 발달시키지 못했다면 이들은 지구상에서 점차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진화론점 관점에서 보면, 늑대들은 종족 보존을 위해, 공격억제 본능을 발달시켜온 것이다.

 

콘라드 로렌츠는 여기서  '인간은 어떠한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날카로운 송곳니나 억센 발톱은 없지만 몸 바깥에 칼, , 대포와 같은 공격무기를 발달시켜 왔다. 현재는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핵무기와 같은 무시무시한 공격무기까지 가지고 있다.

 

인간은 늑대처럼 지혜로운가자칫 늑대보다도 못한 자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인간이 반드시 답변해야하는, 동물행동학자의 날카롭고 통찰력이 빛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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