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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왕의 반지> 3 - 시애틀의 까마귀-

by bellemom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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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까마귀 (출처: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미국 서북부의 도시, 시애틀은 내게 동물들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곳이다.

10년 전쯤 직장에서 안식년을 받아, 1년간 시애틀에 거주한 적이 있다. 호수 내 큰 섬인 머서아일랜드(Mercer Island)에 살았다. 나는 산도 좋아하지만, 물을 아주 좋아한다. 시애틀은 바다, 호수, 개천이 가득하여 나의 쏘울메이트 도시라 할만하다.. 심지어 나는 호수 안에 살고 있지 않았는가.

 

섬과 다운타운을 연결하는 긴 다리를 건너갈 때, 다리 양옆으로 호수 물결이 일렁이고 호수 저멀리 늘 흰 눈을 이고 있는 해발 4300미터의 레이니어 산이 솟아있는 광경을 보노라면, 꿈속인지, 생시인지, 가슴이 늘 뛰었다.

 

우리 집 뒷마당에는 다람쥐들의 놀이터 겸 보금자리인 매우 큰 나무가 있었는데저 아랫 쪽 집 마당으로는 검은 안경테를 쓴 너구리 가족도 놀러왔다.

빌라 단지 내에는 까만 깃털이 반짝 반짝 빛나는 큰 까마귀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콘라드 로렌츠는 까마귀들과 세심하고 깊이 있는 교류와 관찰을 통한 통찰력 있는 연구로도 유명하다. 까마귀는 체계적인 집단생활을 하며, 서로 눈이 맞아 결혼을 하게 되면 평생 서로 충실한 부부가 된다. 놀라운 점은 세대 간 교육(먹잇감 인식, 위험물 감지 및 경고 등)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솔로몬왕의 반지> 책을 통해, 부쩍 흥미를 가지게 된 까마귀를 나도 한번 관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집 근처에 까마귀 몇 마리가 살고 있어 간혹 마른 빵조각이 있으면 던져주기도 했다. 문제는 내가 먹다 남은 쇠고기를 조금씩 주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까마귀 한 쌍이었는데, 점차 입소문이 났는지, 아침이면 몇몇 친구들도 함께, 집 앞 큰 나무 위에 앉아 나를 기다리는게 아닌가!

 

어느날 단지 관리소에 볼일이 있어 나왔는데 까마귀 부부를 비롯해, 무려 대 여섯 마리나 앉아있었다. 조금 놀랐지만 바삐 걸어가는데 까마귀들 모두가 날아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왜 먹을 것을 주지 않고 가느냐 항의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츄리닝 모자를 뒤집어썼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마리가 내 머리 위를 탁 치고 날아간다. 깜짝 놀라 근처 휴게 공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이후로는 까마귀에게 먹을 것을 절대 주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 연을 맺은 까마귀 부부는 내가 시애틀을 떠날 때까지, 나를 보면 늘 날아 와서, 아는 척을 하였다.

 

나를 따라 오는 것이 아니고 마치 안내 하듯이, 내 걸어가는 속도에 맞추어 조금 앞서서 날아간다. 길가의 벤치나 작은 나무 덤불 위에 내려앉았다가 다시 날고 하는 식이다.  자신을 확실히 어필하는 수법이 아닌가.

우리 서로 잘 알잖아요. 먹을거라도 있으면 좀 나눠주세요라는 것처럼 팍팍 느껴졌다.

 

로렌츠는 까마귀들이 사람의 얼굴을 절대 잊지 않기에, 연구용으로 둥지 안의 새끼 까마귀들 발목에 어쩔 수없이 고리반지를 채울 때면, 까마귀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할로윈 축제 가면을 쓰곤 했다고 한다.

 

! 영리한 까마귀들아.

무언가 잘 잊어버리는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하는 우리 속담은 애시당초 성립하지 않는 말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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