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스포일 없음
감독: 제임스 캐머런(1954년~ 현재)
배우: 샘 위딩턴( 제이크 설리 역), 조 샐다나(네이티리 역).
용산 3D극장에서 아바타2를 보았다.
인간에서 나비족이 된 제이크 설리와 나비족 네이티리 부부가 아이들과 생존을 위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여정과 전투를 그린 영화이다. 그 여정에서 보여주는 판도라 행성의 바다, 수중 세계, 바다 생명체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판도라 행성의 수중 생태계를 환상적인 그래픽, 3D 기술로 구현하였다.
헐리우드의 상상력, 창의력의 산물을 볼 수 있다.
20여 년 전, 1997년인가, 처음으로 미국의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랜드에 간 적이 있다.
그때 받은 감동이 지금껏 잊히지 않는다.
한 극장 안에서 우리 가족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 선사시대의 공룡에 대해 해설하는 영화 필름을 보고 있었다. 한 십여 분 지났을까.
“그럼 이제 공룡을 보러가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영화필름이 끝나면서 공룡들이 우~우~ 울부짖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그리고 갑자기 눈앞에 있는 극장 화면이 반으로 갈라지고 양 옆으로 사라지면서 우리 관객들이 앉은 의자가 그대로 죽 열을 지어 앞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게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앞으로 가는 우리 의자들의 양 옆에는 밀림처럼 우거진 숲이 도열해 이어지고, 숲속 저 멀리에는 나무사이로 울부짖는 공룡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는게 아닌가?
그 순간의 놀라움. 신선함, 통쾌함을 잊을 수 없다.
관습적 사고의 허를 찌른다.
이러한 창의력과 상상력이 미국이 갖는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영화 기술적 측면에서 신기원을 연 인물로 유명하다.
대표작인 ‘터미네이터(1984)’, ‘에이리언2(1986)’, ‘어비스(1989)’, ‘트루 라이즈(1994)’ 등에서 새로운 특수 효과를 시도했고 아바타(2009) 시리즈는 3D, CG 기술계의 놀랄만한 혁신을 보여준다. 상상 속에서 가능한 신세계를 관객의 눈앞에 생생히 펼쳐 보인다.
특히 아바타 2에서 보여주는 판도라 행성의 바다와 수중 세계의 아름다움은 대단하다.
이런 영상 창조가 가능한 이유는 물론 기술 혁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지만 그보다도 감독의 물, 바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을 경외하는 세계관, 우주관이 바탕이 된다.
카메론은 영화제작 외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 바다 탐험가로서 바다의 다양한 생명체를 다룬 ‘심해의 외계인(2005)’ 등 바다를 주제로 한 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2012년에는 1인용 심해 챌린저 잠수정을 타고 지구 바다의 가장 깊은 부분인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으로 하강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판도라 행성의 아름다운 바다는 사실 지구의 바다를 표상하는 것이다.
분명한 진실은 지구의 생명체가 바다로부터 출발하였고 모든 생명체들은 하나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이다.
판도라 행성 바다에 사는 ‘탈쿤’은 높은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메카이나 족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존재로 지구의 고래를 표상한다. 바다 속의 경이로운 생명체들의 아름다움을 3D 영상으로 생생히 바라보고, 또한 탈쿤이 잔혹하게 학살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은 바다와 생명체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런 점에서 카메론 감독은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미래의 세계, 지구환경과 자연, 생명, 탐욕스러운 대기업의 자연 착취와 전쟁,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남주인공인 제이크 설리는 영화 말미에서 두 번이나 강조하여 말한다. ‘아버지의 존재 이유는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쿼리치 대령의 추격 속에서 제이크 설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을 지키는 것은 부모로서 아버지의 존재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류와 전 지구적 생명의 존재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는 방대한 영화의 서사가 갑자기 가부장적인 가족 이야기로 축소되는 느낌을 준다.
헐리우드 최고의 감독이면서 최고의 흥행사인 카메론 감독이 미국 대중을 위한 가족이데올로기로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닐까.
사족(蛇足)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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